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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통역사들이 말하는 영어 잘하는 비법

이영범 2008. 4. 7. 17:47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에 시달리는 인생, 이제는 공교육까지 영어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영어 하나만 잘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유학을 보낸다. 한마디로 영어에 미친 세상이다. 도대체 영어가 뭐길래...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그래서 영어의 최고영역이라는 동시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2명의 영어달인(?)을 만났다. 통역을 담당하고, 중요한 국제적 문서를 번역하는 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길래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걸까.

◇김일자씨(4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제협력팀)

이화여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를 마쳤다. 원서를 읽으면서 영어에 재미를 들이게 됐다. 93년도에 3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외국어대동시통역대학원에 진학했다. 2년후 결혼과 함께 대전에 정착했고, 12년동안 대전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의전통역을 했다. 현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맡고 있다.

♧영한사전보다는 영어사전을 이용해라.

영한사전은 단어에 대한 한국어 설명만 주로 되어 있지만 영어사전에는 그 단어를 어떤 문맥에 사용해야 하는 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어 언어의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발음공부를 할 수 있는 전자사전을 병행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베껴쓰기가 라이팅(Writing) 능력에 도움이 된다.

회화보다 어려운 게 라이팅이다. 영자신문이나 자신의 수준에 맞는 소설책을 베껴쓰기하면 라이팅 실력이 쑥쑥 자란다. 3번 읽은 다음 베껴쓰기 하는 방법을 사용하다보면 자신의 문제점을 빨리 파악해 교정할 수 있다.

♧미국식 발음에 너무 집착할 필요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 발음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발음에 너무 신경쓰다 보면 오히려 전달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발음교정의 좋은 방법으로는 우선 큰 소리로 읽고, 자신의 발음을 녹음한 뒤 반복청취하는 게 좋다. 표준영어를 사용하는 성우들이 녹음한 오디오북도 발음교정에 큰 도움이 된다.

◇이영순씨(32·중소기업청 국제협력과)

성균관대 가정관리학과 출신이다. 대학 3학년때 토익시험을 치르고 나서 리스닝과 스피킹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 4학년때 1년간 미국 시카고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DuPage대학 지리학과에 입학해 1년을 다녔고, 샌프란시스코에서 1개월간 미국기업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2001학년도에 외국어대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중소기업청 국제협력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단어를 많이 아는게 재산이다.

고등학교때 유난히 좋아하던 선생님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걸어다니는 사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영한사전을 A부터 Z까지 달달 외웠다. 하루에 30-50개의 단어를 외우면서 숙어를 중시했다. 지금도 항상 사전을 갖고 다닌다. 다소 무식한(?) 공부법일 수도 있지만 통번역사 활동을 하면서 고급스런 화법을 구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문법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토익이나 토플성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회화가 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머리속으로 먼저 문법구조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우선 몸짓으로라도 의사표현을 하는 적극적인, 다소 뻔뻔한 자세가 필요하다. 완벽한 문장을 갖춘 고급영어를 구사하려고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아는 범위 내에서 간략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

♧끊임없는 반복훈련이 최고의 공부법이다.

영어 생활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이상 영어공부에 지름길은 없다. 영어를 통달케 하는 교재도 없다. 이것 저것 접해본 뒤 자신에게 맞는 교재를 찾아 여러번 반복해서 완전 숙달하는 게 중요하다. 스피킹과 리스닝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반복훈련뿐이다.

<글·사진 한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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