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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후기] 그럴 줄 알았다…

이영범 2015. 3. 12. 10:41

그럴 줄 알았다…

 

셋째는 몇 번 힘주면 금방 나온다기에 출산에 대한 큰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10개월을 보냈다.

둘째 아이를 37주에 출산했던 경험이 있어서 셋째 아이도 당연히 예정일보다 빨리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한달 전부터 출산준비를 해놓고 대기모드로 들어갔다. 하지만 예정일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다음 진료일까지 진통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고려하자는 원장님 말씀에 초조한 맘으로 이틀을 보내고, 예정일 이틀 후인 새벽 드디어 진통 같은? 것이 오기 시작했다. 37주쯤 곱창을 먹고 배탈이 났었는데 진통으로 착각하고 진통 주기를 체크하는 등의 헤프닝을 벌였던 터라 이게 진통이 맞는지…첨엔 확신이 없었다. 애 둘을 낳고도 진통느낌을 모르겠냐는 남편의 말에 나도 어이가 없었지만 정말 모르겠다. 새벽 12시경부터 아프던 배가 새벽6시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아파오자 진통이 확실한 듯 했다. 셋째는 워낙 빨리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들어 불안한 마음에 산부인과에 전화를 하니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빨리 병원으로 가자며 재촉하는 남편의 말을 뒤로 한채 나는 샤워를 마치고 아침을 먹자고 했다. 잡채며 전, 라면에 후식으로 약밥까지 챙겨먹고는 여유있게 병원으로 향했다. 관장 전 아침에 뭘 먹었냐는 간호사에게 아침식단을 이야기하자 웃음을 터뜨리셨다. 셋째 아이라 모두들 빨리 나올 것을 예상했지만 그렇게 호락호락 나오지는 않았다. 오전 7시쯤 가족 분만실에서 태동검사를 하고 입원실로 옮겨 진통이 더 진행되길 기다렸다. 하지만 오후 7시 전까진 크게 진행되지 않았다. 아침을 일부러 든든히 챙겨먹고 왔는데 관장하고 점심, 저녁까지 굶으니 배가 고파왔다. 수액을 맞으면 배고픈 것도 잘 모른다던데 원래 배고픔을 잘 못참는 성격이라…간호사님에게 출산 후 저녁 먹을 수 있도록 저녁식사 한 개만 챙겨놔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드뎌 오후 7시 태동검사를 시작으로 심한 진통이 시작되었다. 30분정도 진통을 겪은뒤 김범 원장님이 들어오시더니 “곧 아기 나오겠는데요. 밑에 힘 들어가면 그냥 힘 주시면 되요.” 하신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출산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힘주기 몇 번만 하면 아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이 둘을 낳아봤지만 힘을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몸에 힘이 너무 빠져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다른 곳에 힘을 주지 않고 밑으로만 밀어 내야 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김범 원장님께서 원래 당황하면 그렇다고. 다시 한번 천천히 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평소 진료때는 다소 시크한 모습의 원장님이었는데 너무 자상하고 친절하신 말씀에 힘을 얻고 몇 번을 더 시도했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남편에게 소리지르며 포기하려는데 한번만 더 힘주면 나온다는 원장님 말씀에 죽을 힘을 다해 힘을 주었다. 그런데 한번만 더 하자는 말씀을 하셨을 땐 정말 원장님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한번만 더 힘주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렇게 죽음의 힘주기를 몇 차례 끝에 드디어 밑에서 뜨거운 느낌이 나더니 기적같이 아기가 태어났다. 그땐 정말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감격의 순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얼굴을 보여주셨는데 제대로 못본 것 같아 회음부 봉합과 잠깐의 휴식 후 아이 얼굴을 다시한번 보고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하얀 싸개에 쌓인 천사 같은 아기를 보여주셨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너무 귀엽고 잘생긴 왕자님이었다. ^^

 입원실로 옮겨 회복을 하면서도 친절하신 간호사님들 덕분에 편하게 잘 쉴 수 있었다. 출산 직후오로가 나와 패드를 바꿔 차야하는 상황에 내가 힘들어할 것을 염려하여 화장실까지 들어와서 직접 패드를 채워주시던 간호사님께도 너무 감사드리고, 고주파 마사지를 받으며 출산후 작은 사치를 경험하게 해주신 간호사님께도 감사드린다.               

나의 뱃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지금 내 옆에 누워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신비롭다.

출산의 고통보다 밤중수유의 고통을 더 두려워했던 나에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지만 선물로 주신 생명 기쁨과 감사로 잘 양육할 수 있길 바라며 출산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한 기쁜소식 산부인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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