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Kentucky Derby Museum>으로 갔다. 1875년부터 이어져 온 미국 최고의 경마장인 처칠다운스에서는 ‘켄터키 더비’가 5월 첫 주 토요일에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가 된다. 이때는 경마장 바로 옆 박물관도 휴관할 정도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9 어린이 $4이지만 트랙투어까지 하려면 $6을 더 내야했다. 이왕 온 김에 모두 해 보자며 결제를 하고 손목에 두르는 패키지 입장권을 받았다. 트랙투어는 30분 단위로 출발했으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젊은 여성가이드는 경주에 참가하는 순종 말도 보여주었다. 튼튼하고 야무진 눈빛이었다. 역대 승리마의 이름은 경마장 벽에 화려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후 매표소, 선수 대기소, 마구간, 경기장을 30분 정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설명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장소라지만 모든 곳이 비었으니 쓸쓸함이 감돈다. 하지만 관람석의 접이식 의자는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얼핏 초라해 보이는 의자가 예약 없인 안 되며 구하기 또한 힘들다 한다. 하나 당 가격이 얼마라고 이야기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주위 사람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걸 보니 대단한 금액인 모양이다. 바로 옆 사람이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이 의자를 다 합하면 도대체 얼마야!”
그렇게 투어를 마친 후 바로 옆 박물관으로 들어왔다. 경마와 관련된 여러 자료가 있는 곳이다. ‘Life on the Farm', 'Story of Owners', 'The Jockey Experience', 'Thoroughbred in Motion', 'The Downs', ‘First Electric Gate', 'See Secretariat Run' 위주로 우승마 휘장, 마구간 내부와 마구류, 기수 의복과 사진, 우승 트로피 기념패 훈장 등이 있으며 말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점등판도 보였다. 아이들이 쫓아간 곳은 'Riders Up!'으로 모형 말에 올라 가상 경마를 하는 곳이다. 모니터를 통해 가상트랙을 돌며 말고삐로 조정하는데 마음처럼 안 되는지 모두들 탈락을 했다. 1.25마일 원형 경기장을 도는 숨 가쁜 말의 질주는 360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갑부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클래식 자동차가 속속 도착하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열기로 뜨겁다. 역대 경마 발전사, 트레이닝 모습, 출발 전 긴장된 순간, 어떤 말을 고를지 매표소에서 고민하는 사람, 사력을 다하는 2분간의 질주로 흙 범벅이 된 말과 기수, 최종 승자의 환한 미소와 햇살에 빛나는 트로피가 멋진 음향과 함께 박진감 있게 펼쳐졌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다운타운으로 차를 다시 돌렸다. 폐관시간 때문에 일정이 들쭉날쭉 이다. <Louisville Sluggermuseum>은 다운타운 인근이라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아 몇 번 돌다 유료 주차장에 댔다. <Louisville Slugger Museum>은 120피트의 야구배트가 건물에 기대 서 있는 야구 전문박물관이다. ‘루이빌 슬러그‘ 야구배트를 만드는 공장도 있어 배트를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본인 이름을 새긴 야구 방망이도 주문하면 받을 수 있다. 야구에 열광하는 미국인답게 박물관은 입구부터 붐볐다. 대부분의 관람객이 크고 작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기념품가게와 박물관 입구를 서성이고 있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일까 싶어 박물관 매표소에 가니 시간이 늦었다고 했다. 아직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지만 공장투어나 체험코너 등은 이미 끝나 별 재미를 못 느낄 것이라고 했다. 아쉽긴 했지만 기념사진을 찍고 길 건너 박물관으로 갔다.
<The Frazier Historical Arms Museum>은 입장료가 어른 $9 어린이 $6이었는데 정성껏 꾸며져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듯 벽돌이 그대로 살아있는 3층 전시실에는 ‘Arms of Distinction Gallery', '18th~19th Century Empire', 'Indian War', 'Claiming North America', 'Waging Civil War', 'Winning the West', 'Equipping the Standing Army' 등의 테마로 18-19세기 유럽과 근대 아메리카의 무기와 전쟁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밀랍인형, 말, 갑옷, 창, 활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디오라마는 하나하나가 작품이었다. 중세 유럽, 인디언과의 전투, 영미전쟁 등 각 시대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호감이 갔다. 1800년대 신사들이 손바닥 크기의 권총 2개, 단검 2개를 옷 사이에 절묘하게 숨긴 모형, 카우보이의 역동적인 조각상, 화려한 것부터 수수한 것까지 다양한 종류의 철갑옷, 섬세하게 세공된 칼자루와 수십 개의 검도 멋있었다. 활, 대포, 총검술 보여주는 영상이 곳곳에 있어 모두들 관심 있게 지켜봤다.
저녁은 한국식당 Koreana에서 해결했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인이어서 의외였다. 외국인들은 뭘 먹나 눈여겨보니 돌솥비빔밥과 불고기가 주였다. 젓가락을 능숙하게 쓰는 사람도 있었고 밥그릇을 박박 긁을 정도로 맛있게 먹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예약했던 Embassy Suite에서 여장을 풀었다. 아이들은 TV를 보고 남편은 노트북에 사진을 옮기고 메일도 확인했다. 대부분의 호텔은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10을 내야하는데 이곳은 무료라 좋았다.
다음날 아침. 오전7시부터 10시까지 무료식사가 제공되는 시간이라 때 맞춰 식당으로 내려갔다.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식사는 호텔마다 각양각색이다. 딱딱한 토스트에 과일 쿠키 몇 개로 생색만 내는 곳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와플이나 시리얼, 토스트, 주스 커피 등이 갖춰져 있다. 헌데 Embassy Suite는 진수성찬이었다. 시리얼, 과일, 빵, 음료, 소스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베이컨, 에그롤, 토스트 등 주방장에게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물론 $1의 팁을 함에 넣으면 된다. 테이블을 치워주는 사람을 위해 출구 박스에도 $1을 넣었다.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10시가 되기 전 Check-Out를 하고 I-65S타고 루이빌 남쪽으로 달렸다.
<Mammoth Cave National Park>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이 있는 곳으로 루이빌에서 1시간 거리다. 현재까지 탐사된 길이가 350마일(560km)이란다. 워낙 광범위 해 각기 다른 코스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반드시 가이드투어를 신청해야하는데 Mammoth Cave Discovery, Historic Tour, Frozen Niagara, Travertine, Grand Avenue, Violet City Lantern, Great Onyx Lantern, Wild Cave Tour 등 연령과 난이도에 따라 성격이 다양하며 가격도 $8~$20이다. 모든 투어는 관광안내소에서 접수하며 출발도 이곳에서 한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입장이 힘들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우리는 인터넷으로 예약(http://reservations.nps.gov) 했었다. 어른 $11 어린이 $8인 “Frozen Niagara Tour“를 했는데 한 번 입장에 108명이라 일찍 도착하면 예약 없이도 가능할 것이다. Visitor Center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받는데 우리를 맞은 할아버지 직원이 어디서 왔는지 묻기에 답하자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을 건넸다. 깜짝 놀라 반기자 볼티모어의 한인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며 더 이상의 인사는 모른다고 했지만 친근한 표정이 반가웠다.
중부시간 12시15분이 되자 가이드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차량 두 대에 나눠 탔다. Visitor Center에서 Frozen Niagara입구는 10분도 채 안 되었다. “Frozen Niagara Tour”는 전체길이 0.5마일 2시간 관광이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니 기온이 떨어져 재킷을 챙겨 입었다. 국립공원 신문에는 현재 기온이 화씨 54 정도라 한다. 처음 얼마간은 가파른 철제 계단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습도가 높았고 동굴 곳곳이 깊게 패여 우물처럼 보였다. 색도 밝은 갈색, 회색, 초록빛 등 다양했으며 아름답기보다 거대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한참 걸어 수십 개의 돌 벤치가 놓여있는 곳에 이르자 가이드가 사람을 기다려 동굴 형성과정과 이곳을 탐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사람은 기름이 소진하여 39시간동안 어두운 곳을 헤맸던 이야기도 했다. 당시를 체험해 보자며 전기를 끄고 라이터만 켜두다가 그것마저 꺼버렸다. ‘칠흑 같은 암흑이 바로 이것이구나!’ 순간 겁이 덜컥 났다. 이런 곳에 혼자 헤맸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1분 정도 그렇게 있다가 위트 있는 가이드의 한마디. “질문 있는 분 손을 드세요!” 모두들 소리 내어 웃었다. 그렇게 코스별로 사람들이 모이면 설명하고 다시 이동하는 일을 반복했다. 또 다른 가이드는 관광객 뒤를 따르며 지나는 곳마다 전기를 끄며 정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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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Edison House :: 729-731 East Washington Street Louisville, KY / 502-585-5247 / 화요일~토요일 오전10시~오후2시 The Frazier Historical Arms Museum :: 829 West Main Street Louisville / 502-412-2280 / 월~토 오전9시~오후5시. 일 낮12시~오후5시 / 휴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Kentucky Derby Museum :: 704 Central avenue, Gate1, Churchill Downs, KY / 502-636-4400 / 12.1~3.14 월~토::오전9시·오후5시 일::낮12시~오후5시, 3.15~11.30 월~토::오전7시~오후5시 일::낮12시~오후5시 / 휴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Derby Day, Oaks Day / 참고사이트 churchilldowns.com Mammoth Cave National Park :: Mammoth Cave, KY 42259-0007 / 270-758-2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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